맥싸이트-픽
콰사삭! 장난감에 빠진 어른들
Team MAXONOMY ・ 2026.08.24



아이들 문구점 앞에나 있을 법한 장난감이 어른들의 사무실 책상 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손안에서 쫀득하게 감기는 말랑이부터 겉면에 얇게 코팅된 왁스 층을 '콰작'하고 부스는 왁뿌볼까지 다양한 촉감 완구가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아이템으로 등극했습니다.
이 장난감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소비 유행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아그작 케이크, 왁뿌 소금빵 등 파생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마케팅 업계에는 재밌는 소리와 신기한 촉감을 강조한 오감 마케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른까지 반하게 만든 유행의 시작, 맥사이트픽과 알아보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촉감 완구

키덜트 완구 시장은 일부 마니아의 취미를 넘어 뚜렷한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집계 기준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이미 1조 6,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금융권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30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4% 급증했습니다.
플랫폼 지표에서도 이 열기는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에이블리 등 라이프스타일 커머스의 거래액 집계 결과, 왁뿌볼 관련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배(2,000%) 증가했고 말랑이와 같은 스퀴시 완구 역시 500% 이상 상승했습니다. 키캡과 같은 피젯 토이류는 무려 전년 대비 약 175배 증가하였습니다.
문구완구 상점가로 유명한 서울 창신동의 문구완구거리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11월 835만 원에서 올해 1,696만 원(전년 동월 대비 +39.1%, 전월 대비 +50.9%)까지 뛰었습니다. 완구거리 초입에서는 시중 은행이 "앱 설치하면 말랑이 증정" 이벤트를 열 정도로, 업종을 불문한 리워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관련한 파생 상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그작 케이크', '왁뿌 소금빵' 등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촉감 완구의 진화
촉감 완구는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행의 시작은 2017년의 슬라임(스퀴시)입니다. 지금의 말랑이보다는 조금 더 물렁한 느낌의 슬라임이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나만의 슬라임을 이리저리 꾸미는 게 유행하기도 하였죠. 다만, 차이는 어른보다는 어린 아이들에게 더 인기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2024년 'Wax Cracking'이 글로벌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틱톡 등 해외 숏폼에서 스퀴시나 슬라임 겉면에 파라핀/비즈왁스(밀랍)를 코팅해 부수는 ASMR 영상 바이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왁스 캔디·얼린 젤리 등 '부수는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유리로 만든 음식 자르기, 손으로 물건 으깨기 같은 시청각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는 영상도 함께 유행하였습니다.
그러다 2026년, 완구 제조사들이 찰흙 볼 표면에 왁스를 코팅하고 탄성 풍선으로 마감한 일체형 기성품을 도매 시장에 대량 공급하면서 오늘날의 대중적인 왁뿌볼 신드롬이 완성되었습니다. 슬라임 놀이의 촉각적 만족감에 청각적 ASMR을 더하고자 했던 크리에이터들의 시도가 완구 제조사와 결합해 대중 상품화된 결과입니다.
사람들이 왁뿌볼에 열광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왁뿌볼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숏폼입니다.
1~3초 내에 빠르게 감각적 자극을 주는 왁뿌볼의 구조는 숏폼 알고리즘과 맞물려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면 바로 다음 영상으로 스킵되는 숏폼 플랫폼에서 왁뿌볼은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었습니다. 다양한 영상 속 왁뿌볼이 부서지는 모습은 우리를 잠시 넋놓고 멈추게 만들고, 이는 곧 영상의 낮은 이탈률 지표로 반영됩니다. 이탈률이 낮은 영상은 곧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추천되며 일종의 리퍼럴을 만듭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런 콘텐츠 유행을 빠르게 캐치하여 영상을 찍어 올리고, 유행의 불씨를 더욱 키웁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상점가로 달려가 왁뿌볼을 찾게 되고, 이를 SNS에 인증하며 유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왁뿌볼로 보는 마케팅 인사이트
이번 열풍이 마케터에게 제공하는 인사이트는 명확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리퍼럴과 반복 매출이 창출되는 구조를 설계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설계의 3초 룰
시작 3초 이내에 핵심 자극을 줄 수 있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승전결 중심의 긴 서사적 빌드업을 과감히 덜어내고 첫 3초 안에 감각적 절정을 먼저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꼭 톡특한 소리나 영상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령,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라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비추얼이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가장 앞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을 광고한다면 가장 화려한 장면이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상황을 처음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멈칫하게 만드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으세요. 작은 멈칫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만들고, 대대적인 유행의 시작이 됩니다.
이는 숏폼 콘텐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메일 마케팅이라하면 클릭을 부르는 제목 카피가 성과를 결정하고 이미지 중심의 메시지라면 가장 눈길이 가는 이미지 한 장이 전환율을 결정합니다.
감각의 다각화
시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감각의 다각화도 주목할만한 요소입니다. 대표적으로 포장 패키지가 있습니다. 뜯을 때 경쾌한 느낌이 나는 포장 박스부터, 기분 좋은 향이 입혀진 포장지까지 브랜드의 특색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애플입니다. 애플은 자사 제품을 개봉할 때, 느껴지는 오감을 철저하게 설계합니다. 비닐이 뜯기는 세밀한 감각부터, 개봉했을 때 느껴지는 냄새, 박스를 열 때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하여 패키지를 완성하죠.

구슬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개봉하는 일본의 ‘라무네’도 좋은 사례입니다. 구슬이 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이 음료는 구슬을 꾹 눌러 ‘뻥’ 소리와 함께 개봉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과거 탄산 포장 기술의 한계로 만들어진 방식이지만, 특유의 재미있는 개봉 방식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음료라는 이유로 오로지 맛에만 집중했다면 라무네의 개봉 방식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감각의 다각화는 모바일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제 완료나 목표 달성 시 기분 좋은 진동과 경쾌한 효과음을 정교하게 배치함으로써 사용 경험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 캠페인에서도 단순히 혜택을 쿠폰으로 전달하기보다 스크래치 복권 형태나 겉 포장지를 뜯어야 쿠폰이 노출되는 가상 패키징 형태를 활용하면 참여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재구매 유도
왁뿌볼은 1회성 소모품에 가깝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희귀 버전을 출시하여 연속적인 수집 욕구와 재구매 루프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단발성 소모품일지라도 강력한 재구매 루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한시적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버전을 출시하여 구매욕을 자극하거나, 구독형 리필 모델을 구축해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반짝 유행의 트래픽을 '리텐션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행은 반드시 꺾이는 시점이 옵니다. 실제로 창신동 상인들도 "일시적인 유행이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건 반짝 유입된 신규 고객의 데이터를 놓치지 않고 세그먼트화해, 유행이 식은 뒤에도 브랜드와의 관계를 이어갈 리텐션 캠페인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트렌드 자체는 짧아도, 그 트렌드가 만들어낸 '접점'을 얼마나 잘 자산화하느냐가 마케팅의 성과를 가릅니다.
복잡한 설명 대신 손끝으로 전하는 직관적인 경험
왁뿌볼과 말랑이 열풍은 어른들의 유치한 유행이 아닙니다. 끝없는 정보 과잉과 인지 피로 속에서, 생각의 끈을 잠시 놓고 순수한 감각적 자극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직관적인 힐링 방식입니다.
소비자의 주의 집중 시간이 극도로 짧아진 지금, 때로는 수많은 미사여구와 논리적인 설득보다 손끝과 귀로 즉시 와 닿는 감각적 쾌감 하나가 고객의 마음을 여는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고객에게도 긴 설명과 설득보다 감각적인 자극과 상호작용으로 색다른 소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팀맥소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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