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싸이트-픽
쇼핑에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Team MAXONOMY ・ 2026.01.08



2025년 한 해를 잘 버텨내신 모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새해에도 맥사이트픽을 읽어주시는 모두에게 붉은 말의 기운이 잘 전해지길 바랍니다! 2026년에도 즐거운 인사이트를 선물드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달려보겠습니다. 😀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께서 한 해 수고한 나에게 다양한 선물과 보상을 해주셨을텐데요. 새해를 잘 맞이 하기 위해 지난 소비생활을 한 번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내가 구입한 물건들, 내가 구독하는 서비스들을 한번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은 내가 원해서 구매 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구매 한 것인가”
여러분의 대답은 전자인가요, 후자인가요?
시작되는 소비 디톡스 움직임
최근 몇 년 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제공가치는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원하는 물건을 하루 안에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배송비를 포함한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졌습니다. 취급 상품은 방대해지고, 결제 과정은 간편해졌습니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쇼핑하는 재미를 더 해주고 있습니다. 가령 올리브영앱에서는 다양한 인플루언서의 생생한 제품 사용기를 보고,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탓에 우리는 소비를 너무나 쉽게 하게 되었습니다. 구매하고자 마음 먹으면 스마트폰을 켜고 10초 이내로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습관처럼 혹은 게임 아이템 구매하듯, 현실의 상품을 구매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현상에 피로감을 느낀 탓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소비 디톡스를 외치며, 소비 습관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이슈, 소비 디톡스를 촉발하다
지난 맥사이픽, 우리가 잊고 있던 보안의 무게에서는 AI시대를 앞둔 지금, 개인정보 보안의 무게를 가늠해보았습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살펴보며,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더 신중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해당 이커머스는 이 사건 이후, 주간활성사용자수(WAU*)가 5.8%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5.8% 중 일부는 ‘탈출’, ‘디톡스’라는 표현을 쓰면서 적극적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과 더불어 마케팅 성격이 짙은 보상안 제시는 소비자의 반발 심리를 더욱 키웠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소비생활 점검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해당 이커머스 플랫폼의 충성 고객들은 스스로 ‘지금 내가 구독하는 이커머스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구독료 대비 높은 가치를 얻고 있는가?’, ‘소비 생활을 더 개선할 여지가 없을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일부 고객은 NO 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해당 편리함으로부터의 디톡스를 결정하게 됩니다
*WAU: Weekly Active Users, 주간 활성 사용자 수
불편을 선택한 소비자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플랫폼은 단순한 이커머스 유통 채널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인프라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스스로 ‘불편을 선택’하는 꼴이지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편리함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불편을 감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다보니 필요한 물건만을 사게 되고,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구매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빠른 배송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게 되었고, 그렇게 구매한 물건은 더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습니다.

현대 이커머스의 편리함을 포기한 이후, 소비 생활에 더 큰 만족도를 경험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편리하다는 착각 속에 쇼핑 도파인에 중독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순히 빠르고 편리하다는 가치를 넘어, 나의 것을 온전히 컨트롤하고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기분은 우리에게 더 큰 보람과 만족도를 줍니다.
불편함이 오히려 만족감이 되는 아이러니
과거 온라인 쇼핑이 검색, 비교, 제품 상세 정보 탐색을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였다면, 현재의 온라인 쇼핑은 가장 편리하고 혜택이 좋은 주 이용 플랫폼을 정해놓고 그곳에서 모든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새로운 트렌드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편리함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통제력 상실이라는 단점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가 이 통제력 상실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단 한번의 터치로 구매가 완료되는 '원클릭 결제'는 분명 편리하지만 통제할 틈도 없이 결제가 끝나버리고, 이후 밀려오는 카드값과 불필요한 물건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불편함이 됩니다.
OTT 등에서 많이 활용하는 카드 자동 정기 결제 역시 편리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통장 잔고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소유한 자원, 혹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너무 많으면 행복도는 오히려 낮아집니다.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자원이 희소할수록 그 자원을 활용해 얻는 결과물에 대한 심리적 가치와 성취감이 극대화된다는 이론입니다.

우리가 한정된 예산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냈을 때 희열을 느끼는 이유이죠. 이커머스 발전으로 분명 더 많은 물건이 더 빠르게 우리집으로 배송되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그렇게 좋지 않다면, 한계효용 체감 법칙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더 많이 비교하고 더 오랜 배송시간을 거처서 받은 상품에는 우리가 더 높은 희소성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만족도를 얻게 됩니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절약이 된다는 장점도 있죠.

소비 디톡스: 거부가 아닌 재조정
이커머스 디톡스를 실천하는 소비자의 행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 앱 삭제 또는 알림 차단
- 정기배송, 자동결제 해지
- 구매 전 24시간 이상 고민하기
- 오프라인 구매 또는 대체 플랫폼 이용
이런 행동은 언뜻 보이콧이나 불매운동과 닮아보일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현상입니다. 소비 디톡스를 하더라도 소비를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플랫폼을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하기도 하고, 특정 기간 동안만 이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소비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멤버십을 탈퇴하고, 등록된 결제 수단과 주소록을 지우며 이전에는 단 몇 번의 클릭으로 구매 가능하던 편리함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소비의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려는 것이죠.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것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생각됩니다. 소비자는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더 빠르고 더 싸게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지금의 소비자는 “이 구매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 패턴 개선이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등 디톡스가 꼭 필요한 액션이었다는 데에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2026년 새로운 마케팅에는 이들의 움직임을 고려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팀맥소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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