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싸이트-픽
여러분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인가요?
Team MAXONOMY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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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은 평소보다 조금은 들뜨고 조금은 특별한 기분이 드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맥사이트픽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 말씀을 드립니다. 행복한 마무리와 희망찬 출발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매 해, 기분 좋은 연말을 맞이하면 좋겠지만, 나이가 한 살 늘어난다는 슬픈 현실도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 2025년 마지막 맥사이트픽에서는 한국식 나이 문화 및 이와 관련된 마케팅 인사이트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절대 줄지 않는 것, 나이
올해의 투자 수익률, 올해 다이어트 성과 같은 것은 해에 따라 오를 때도 또 내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해 절대 내리지 않는 한 가지가 있죠. 바로 나이 입니다. 연도가 바뀌어도 나이가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줄어들고, 줄어든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영양제 구입은 늘어납니다. 늘어난 나이만큼 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늘어나고, 그 사실에 스트레스와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이는 나이는 결국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철저히 대치되는 부분이지 않을까요.
나이 드는 것이 싫은 우리의 마음과는 반대로,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 훨씬 더 많은 범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호칭을 결정하기도 하고, 대화 언어를 결정합니다. 심지어 술자리의 자리가 정해지고 조직 내 위계를 만들기도 하죠.
전세계 유일의 한국식 나이

태어난 해를 1살로 치고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한국식 나이’ 역시 전세계 유일한 관습 중 하나입니다.
한국식 나이, 즉 ‘세는 나이’는 태어난 날짜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연차(年次)를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합니다. 이 점이 우리의 연말을 더 괴롭게 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해외에서는 자신의 생일에 나이를 먹지만, 한국에서는 1월 1일에 나이를 먹기 때문이죠.
사실 세는 나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개인의 정확한 생일을 기준 삼는 것 보단, 출생 연도와 세대 구분이 더 중요했고, 공동체 중심 생활에서 해가 바뀌면 모두가 함께 나이를 먹는 개념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근대화를 거치며, 각자의 방식대로 만 나이를 도입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근대화 이후에도 일상 대화에서는 세는 나이를, 법과 행정 영역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하는 이중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2023년 여름, 만 나이를 공식 사용하는 법안이 한번 더 법제화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일상생활에도 만 나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며,공공기관의 문서, 안내문, 교육 자료 전반에 만 나이를 명확히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운동이죠.
물론, 세는 나이에 평생 익숙하게 살아온 관성을 한 순간에 바꾸긴 쉽지 않았습니다.
세는 나이와 엮인 한국식 나이 문화
20-30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만 나이로 통일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이미 글로벌 환경에 익숙하기도 한데다,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만 나이를 사용함에 있어 “나이가 줄어서 좋다는 반응” 보다는 “굳이 나이를 따질 필요가 줄어든 것 같다” 는 의견을 더 쉽게 들어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장년층은 오랜기간 한국식 나이로 살아왔고 그 기준에 맞춰 형성된 사회적 시스템에 익숙했기 때문에 혼란과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식 나이 계산은 단순한 셈법보다 문화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법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 나이 정책이 나온지 2년이 넘은 지금, “몇 살 이세요?”라는 질문 대신 “몇 년 생이세요?” 라는 질문으로 서로의 출생 연도를 확인합니다. 이는 상대의 정확한 만 나이를 알고 싶어서가 아닌, 나와 상대방의 상하 관계를 즉각적으로 정의하려는 성격과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혹은 “몇 년생이세요?” 라고 서슴없이 물을 수 있는 문화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국어는 나이와 밀접하게 연결된 언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댓말과 반말, 형·누나·언니·오빠 같은 호칭 체계는 모두 나이를 기준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도 몇 개월 차이로 호칭이 바뀌게 됩니다. 이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에게 어색함과 심리적 불편함을 가지게 합니다. 특히 같은 학년과는 반말을 사용하는 학교에서 개인의 정확한 나이를 구분하는 만 나이는 상대적으로 활용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마케팅에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의 이런 특수한 문화 때문에 한국에서의 마케팅은 나이를 특히 많이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MZ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등 세대별 페르소나를 구별하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독특한 마케팅 요소를 알아보겠습니다.
1. 마케팅 카피: 친근한 반말 vs 신뢰의 존댓말
마케팅 카피에서 '어미' 하나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과 맺고자 하는 '관계의 거리'를 설정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과거에는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존댓말이 기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토스나 무신사처럼 타겟층이 명확한 브랜드는 '반말'을 활용해 심리적 장벽을 허뭅니다. 반말은 브랜드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마치 친한 친구가 추천해 주는 듯한 '커뮤니티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탁월합니다.
마케팅 카피 어조 선택에서 중요한 점은 서비스의 성격입니다. 자산 관리, 의료, 법률 등 '안전'과 '신뢰'가 핵심인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반말을 사용하면 자칫 가벼워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트렌디한 패션이나 감성 기반의 서비스가 지나치게 딱딱한 존댓말을 고수하면 거리감이 생기죠.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조언자'가 되고 싶은지, '친구'가 되고 싶은지에 따라 마케팅 언어의 미묘한 온도를 잘 결정해야 합니다.
2. 사회적 지위에 맞는 소비: '체면'과 '보상 심리'의 결합
한국 사회에는 "내 나이쯤 되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암묵적인 '표준적 삶의 궤적'이 존재합니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와 스스로의 노력을 보상받으려는 '보상 심리'가 결합된 독특한 소비 패턴을 만듭니다.
가령, 4050 세대에게 '제네시스'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성공의 척도로 읽히는 것이나, 2030 세대가 '명품 입문템'에 열광하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마케터는 상품의 기능이 아니라, 그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증명되는 '사회적 위치'를 팔아야 합니다. 나이별로 요구되는 사회적 위치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Flex' 문화를 넘어 '나를 위한 투자'라는 서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당신에게 주는 선물" 혹은 "전문가라면 갖춰야 할 장비"라는 식의 접근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 느끼는 죄책감을 정당화해 줍니다.
3. 사회적 역할의 분리: 결제권자와 사용자를 동시에 공략하라

한국의 소비 시장에서는 '물건을 쓰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빈번합니다. 특히 가족 중심의 유교적 가치관과 직장 내 상하 관계가 마케팅의 복잡도를 높이는 변수가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효(孝) 마케팅'입니다. 안마의자나 고가 건강기능식품의 실사용자는 고령층이지만, 이를 검색하고 결제하는 주체는 3040 자녀 세대입니다. 또한, 직장 내 회식 메뉴나 비품 선정 시 '결정은 막내가 하지만 결제는 부장이 하는' 상황도 흔합니다.
마케터는 이 두 집단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자녀에게는 "부모님께 죄송하지 않도록" 하는 효심과 구매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부모님께는 "자녀가 선물해 준 자랑거리"로서의 가치를 강조해야 합니다. 직장 회식과 같은 B2B 성격의 B2C 마케팅에서는 '결제권자의 체면'과 '사용자의 실용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타겟 세분화 단계에서 DMU(Decision Making Unit, 의사결정 단위)를 분석해보세요. 실제 사용자의 니즈만 분석해서는 결제까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돈을 지불하는 주체가 이 소비를 통해 얻게 될 '정서적 만족(칭찬, 체면, 안도감)'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마케팅 성공 열쇠입니다.
AI시대에 더 깊어지는 나이 혼란
AI를 기반으로 세그먼트를 생성, 관리하는 기업이 있다면,나이는 문화가 아니라 ‘데이터 필드’ 가 됩니다.
- 생년월일 (YYYY-MM-DD)
- 만 나이 (숫자)
- 출생 연도 (년도 단위)
- 연령대 (10대, 20대 등)
만약 데이터의 입력과 출력 과정에서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를 혼용하여 사용한다면 데이터 구조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세 이상 고객에게만 추천 메시지 발송”이라는 조건을 AI가 처리할 때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냥 만나이를 기준으로 통일하면 복잡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메시지가 대학교에 막 입학한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기숙사 용품 할인 광고라면, 만나이를 기준으로 발송했을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일이 지나지 않은채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는 할인 상품을 추천받지 못하는 것이죠.
또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AI가 가질 수 있는 나이 편향입니다. AI 알고리즘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특정 연령대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Stereotype)을 그대로 흡수할 위험이 있습니다.
- 소비 패턴의 일반화: 예를 들어, AI가 "60대 이상의 사용자는 최신 IT 기기보다 건강기능식품에 더 높은 반응률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기술에 능숙한 '액티브 시니어'는 잠재적인 타겟 마케팅에서 소외됩니다.
- 리스크 관리의 오류: 금융 AI 모델에서 나이를 주요 변수로 설정할 경우, 특정 연령층의 대출 승인율이나 보험료 산정에서 통계적 수치에 가려진 개인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이나 건강 상태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에게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특정 행동을 할 확률'로 치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향은 특정 세대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마치며
결국 AI 시대의 나이 혼란은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가 인간을 데이터로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도전입니다. 나이를 '문화적 관습'으로만 치부하거나, 반대로 '차가운 숫자'로만 박제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필드 뒤에 숨겨진 실제 사용자의 삶과 맥락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AI는 혼란을 넘어 초개인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진정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마케터는 단순히 "몇 살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생애 주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고객을 더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는 한국에서 너무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입니다. 만 나이도 한국식 나이도 아닌,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나이가 앞으로의 진짜 고객 나이입니다.
고객도 자신이 숫자로 판단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개인으로 판단받을 때, 감동받을 것입니다. 2026년, 한 살 더 먹게되더라도 몸과 마음은 젊어지고 싶은게 모든 소비자들의 마음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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